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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는 왜
몸이 기억하는가
Y 트라우마 연구소 · 박도현 소장 · 소매틱 심리치료
이 글은 아래 연구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van der Kolk, B. A. (1994). The body keeps the score: Memory and the evolving psychobiology of posttraumatic stress. Harvard Review of Psychiatry, 1(5), 253–265.
그 일이 있었던 게 벌써 몇 년 전인데,
특정 냄새, 목소리 톤, 계절의 공기만으로도
온몸이 그때로 돌아갑니다.
머리는 "지금은 괜찮다"고 알고 있는데,
몸은 아직 그 순간에 있습니다.
이것은 이상한 것이 아닙니다.
트라우마가 기억되는 방식이 원래 그렇습니다.
트라우마 기억은 일반 기억과 다르다
일반적인 기억은 능동적이고 구성적인 과정입니다. 우리는 경험을 이야기로 엮고, 시간의 흐름 속에 배치하고, 의미를 부여합니다. 어제 먹은 점심을 떠올릴 때처럼, 기억은 "그때 그랬었지"라는 과거 시제로 존재합니다.
그런데 van der Kolk의 연구는 트라우마 기억이 이 방식으로 저장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트라우마 기억은 이야기가 아닌 감각과 신체 반응의 형태로 조직화됩니다. 그래서 그것은 "그때 그랬었지"가 아니라 "지금 여기서 일어나고 있다"는 현재 시제로 경험됩니다.
"트라우마는 신체 기억에 저장되며,
생물학적 스트레스 반응의 변화로 표현된다.
PTSD에서 서술적 기억의 실패는
트라우마가 체감각 수준에서 조직화되도록 이끈다 —
시각적 이미지나 신체 감각의 형태로."
두 가지 기억 체계 — 왜 트라우마만 다르게 저장되는가
뇌에는 크게 두 가지 기억 경로가 있습니다. van der Kolk의 연구가 주목한 것은 이 두 경로가 트라우마 상황에서 서로 다르게 작동한다는 것입니다.
두 가지 기억 경로
1
해마 중심의 서술 기억 (Declarative Memory)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기억입니다. "그날 오후 3시쯤 그 일이 있었다"처럼, 맥락과 시간과 이야기를 가진 기억입니다. 의식적으로 접근하고 수정할 수 있습니다.
2
해마 외부의 감각·감정 기억 (Emotional/Somatic Memory)
몸과 감각으로 저장되는 기억입니다. 언어 이전의 수준에서 작동하며, 특정 감각 자극에 의해 자동으로 활성화됩니다. 의식적인 노력으로 접근하거나 수정하기 어렵습니다.
압도적인 트라우마 상황에서는 해마 중심의 서술 기억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합니다. 그 결과 트라우마는 이야기로 통합되지 못하고, 감각·신체·이미지의 형태로 분산 저장됩니다. 그리고 이 형태의 기억은 소거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왜 별것 아닌 것에도 몸이 반응하는가
트라우마 당시의 강렬한 감정은 장기적인 조건 반응을 형성합니다. 그날의 특정 냄새, 소리, 빛의 질감, 누군가의 목소리 톤 — 이런 감각적 단서들이 신경계에 각인됩니다. 이후 비슷한 자극이 등장할 때마다, 신경계는 자동으로 위협 반응을 발령합니다.
"아무것도 아닌데 갑자기 심장이 쿵 내려앉아요.
특별한 이유가 없는 것 같은데,
뭔가 비슷한 상황이 되면 온몸이 굳어버려요."
van der Kolk의 연구는 이것이 단순한 심리적 민감함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트라우마 이후 지속되는 생리적 과각성과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의 변화가, 무해한 감각 자극을 잠재적 위협으로 오해석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몸이 틀린 것이 아닙니다. 몸은 학습한 대로 반응하고 있을 뿐입니다.
트라우마 이후 몸에 남는 것들
○ 특정 감각(냄새·소리·촉감)에 대한 자동 과잉 반응
○ 만성적인 근육 긴장, 호흡의 얕아짐, 심박수 변화
○ 언어로 설명하기 어려운 플래시백 — 이미지, 소리, 감각의 형태로 침습
○ 스트레스 호르몬의 만성적 불균형 — 쉽게 지치고, 자도 쉰 것 같지 않은 상태
○ 감정의 갑작스러운 마비 — 강렬한 자극에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순간
왜 "말로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때가 있는가
van der Kolk의 연구가 가진 가장 중요한 임상적 함의는 바로 이것입니다. 트라우마가 언어 이전의 체감각 수준에 저장되어 있다면, 언어 수준에서만 접근하는 것으로는 그 기억에 완전히 닿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이야기하는 것은 분명 중요합니다. 그러나 트라우마가 신체 감각과 반응의 형태로 저장되어 있을 때, 몸이 직접 경험하는 수준에서의 개입이 함께 이루어져야 변화가 더 온전해질 수 있습니다.
트라우마 기억은 이야기로 저장되지 않습니다.
냄새로, 긴장으로, 심장 박동으로,
언어 이전의 감각으로 몸 안에 살아 있습니다.
그래서 회복은 몸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소매틱 심리치료가 몸의 기억에 접근하는 방식
van der Kolk의 1994년 논문은 소매틱 심리치료가 왜 필요한지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과학적 근거를 제공합니다. 트라우마가 몸에 저장된다면, 몸을 통해 접근해야 합니다.
소매틱 심리치료에서 몸의 기억을 다루는 방향
1
지금 몸에서 일어나는 감각을 알아채기
트라우마 이야기를 말하기 전에, 지금 이 순간 몸 안에서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먼저 감지합니다. 이것이 언어 이전의 기억에 접근하는 통로입니다.
2
압도되지 않는 범위에서 천천히
SE™(소매틱 익스피리언싱)의 진자운동(pendulation) — 트라우마 감각과 안전한 감각 사이를 천천히 오가며, 신경계가 새로운 반응을 학습할 공간을 만듭니다.
3
완료되지 못한 신체 반응 마무리하기
트라우마 당시 시작되었지만 완료되지 못한 몸의 반응 — 도피, 방어, 저항 — 을 안전한 맥락에서 천천히 완료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것이 신경계의 고착 상태를 해제하는 핵심입니다.
마치며
van der Kolk의 1994년 논문은 30년이 지난 지금도 트라우마 치료의 근본을 흔들지 않습니다. 트라우마는 몸에 저장된다. 그것은 이야기가 아닌 감각의 언어로 기억된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회복은 몸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별것 아닌 것에 몸이 먼저 반응하고, 머리로는 알지만 몸이 따라오지 않는다면 — 그것은 당신의 의지가 약해서가 아닙니다. 몸이 기억하는 방식이 원래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 기억은 바뀔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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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van der Kolk, B. A. (1994). The body keeps the score: Memory and the evolving psychobiology of posttraumatic stress. Harvard Review of Psychiatry, 1(5), 253–265. https://doi.org/10.3109/106732294090170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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