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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경험은
어른의 몸에 어떻게 새겨질까
Y 트라우마 연구소 · 박도현 소장 · 소매틱 심리치료
이 글은 아래 연구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Felitti, V. J., Anda, R. F., Nordenberg, D., Williamson, D. F., Spitz, A. M., Edwards, V., & Marks, J. S. (1998). Relationship of childhood abuse and household dysfunction to many of the leading causes of death in adults: The Adverse Childhood Experiences (ACE) Study. American Journal of Preventive Medicine, 14(4), 245–258.
어린 시절의 경험은 그 시절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수십 년이 지난 뒤에도,
몸의 질병으로, 마음의 고통으로,
관계의 패턴으로 나타납니다.
이것은 추측이 아닙니다.
17,000명을 추적한 연구가 보여준 사실입니다.
ACE 연구: 비만 클리닉에서 시작된 발견
이 연구의 시작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비롯되었습니다. 1980년대, Kaiser Permanente 비만 클리닉의 Felitti 박사는 기이한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체중 감량에 성공하고 있던 환자들이 갑자기 프로그램을 중단하는 일이 반복된 것입니다.
이들을 인터뷰한 결과, 공통점이 드러났습니다. 많은 이들이 어린 시절 학대나 방임을 경험했고, 과식이 그 고통을 견디기 위한 방어 수단이었다는 것입니다. 이 발견이 계기가 되어 CDC(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와 함께 대규모 연구가 시작되었습니다.
"우리가 측정한 것은 어린 시절의 경험이
반세기가 지난 뒤 어른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였다."
— Felitti, 2002
연구에는 약 17,000명의 성인이 참여했습니다. 이들의 평균 나이는 57세였습니다. 즉, 어린 시절의 경험이 수십 년 후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직접 추적한 것입니다.
ACE란 무엇인가 — 부정적 아동기 경험
연구팀은 어린 시절의 부정적 경험(Adverse Childhood Experiences, ACE)을 크게 두 가지 범주로 분류했습니다.
ACE의 범주
1
학대 경험
신체적 학대, 정서적 학대(언어폭력·모욕·위협), 성적 학대
2
가정 내 역기능 경험
가정폭력 목격, 가족 구성원의 약물·알코올 문제, 가족의 정신질환, 부모의 별거·이혼, 가족 구성원의 수감
연구 결과, 참여자의 절반 이상이 적어도 하나의 ACE를 경험했고, 약 40%는 두 가지 이상을 경험했습니다. 이것이 결코 드문 일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연구가 발견한 것: 용량-반응 관계
이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은 '용량-반응 관계(dose-response relationship)'입니다. ACE 점수가 높아질수록 — 즉 부정적 경험의 종류와 횟수가 많아질수록 — 성인기의 신체적·정신적 건강 문제의 위험이 단계적으로 높아졌습니다.
ACE 점수 4점 이상인 경우, 위험도 변화
○ 자살 시도 위험 약 12배 증가
○ 알코올 의존 위험 약 7배 증가
○ 약물 주사 사용 위험 약 10배 증가
○ 우울증, 심장질환, 암 등 주요 성인 질환 위험 유의미하게 증가
○ ACE 점수 6점 이상인 경우, 기대 수명이 약 20년 단축될 수 있음
이 수치들이 말하는 것은 단순한 통계가 아닙니다. 어린 시절의 경험이 수십 년 후 몸의 질병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는 것, 그 관계가 우연이 아니라 용량에 비례한다는 것입니다.
왜 어린 시절 경험이 몸에 새겨지는가
어린 시절의 만성적인 스트레스와 위협은 아직 발달 중인 신경계와 뇌 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특히 감정 조절, 스트레스 반응, 면역 기능을 담당하는 체계들이 그 경험을 중심으로 형성됩니다.
"아무도 헤로인을 맞기 위해 헤로인을 맞지 않는다.
어쩌면 그것은 어린 시절부터 이어온
깊은 고통을 위한 최선의 대처 방법이었을지 모른다."
— Felitti, 2002
연구는 성인기의 흡연, 과식, 음주, 약물 사용 같은 행동들이 단순한 나쁜 습관이 아닐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것들은 견딜 수 없는 내적 고통을 다루기 위해 신경계가 찾아낸 방법일 수 있습니다. 문제 행동처럼 보이는 것이 사실은 생존 전략인 경우가 많습니다.
어린 시절의 경험은 기억 속에만 있지 않습니다.
신경계의 반응 방식으로, 몸의 긴장 패턴으로,
면역과 호르몬 체계 안에 새겨져 있습니다.
소매틱 심리치료와 ACE — 몸에서부터 접근해야 하는 이유
ACE 연구가 보여주듯, 어린 시절의 경험은 몸의 생리적 체계 자체에 영향을 줍니다. 이것은 생각이나 인지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소매틱 심리치료는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합니다. 어린 시절 경험이 몸에 남긴 흔적 — 만성적인 긴장, 과각성, 무감각, 조절되지 않는 감정 반응 — 을 몸의 감각 수준에서 직접 다룹니다.
소매틱 심리치료에서 ACE 경험을 다루는 방향
1
행동을 판단하기 전에 그 뿌리를 이해하기
과식, 음주, 회피 같은 행동 뒤에 있는 신경계의 생존 전략을 먼저 이해합니다. 비난이 아닌 이해로 접근하는 것이 변화의 출발점입니다.
2
몸에 새겨진 패턴을 감각 수준에서 다루기
SE™(소매틱 익스피리언싱)는 어린 시절부터 쌓인 신경계의 긴장과 과부하를 몸의 감각을 통해 점진적으로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3
지금 이 순간 안전함을 신체로 경험하기
과거 경험이 만든 신경계 패턴을 바꾸는 것은 새로운 안전 경험의 축적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지금 이 몸이 안전하다는 것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마치며
ACE 연구는 어린 시절의 경험이 얼마나 오래, 얼마나 깊이 몸에 새겨지는지를 보여줍니다. 동시에 이것은 운명이 아니라는 것도 알려줍니다. 패턴은 형성될 수 있고, 그렇다면 변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 당신이 겪고 있는 어려움이 어린 시절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든다면, 그것은 충분히 탐색할 가치가 있습니다. 그 연결을 이해하는 것이 회복의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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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Felitti, V. J., Anda, R. F., Nordenberg, D., Williamson, D. F., Spitz, A. M., Edwards, V., & Marks, J. S. (1998). Relationship of childhood abuse and household dysfunction to many of the leading causes of death in adults: The Adverse Childhood Experiences (ACE) Study. American Journal of Preventive Medicine, 14(4), 245–258. https://doi.org/10.1016/S0749-3797(98)000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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