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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이자 트라우마 연구자인 Bessel van der Kolk는 저서 『몸은 기억한다(The Body Keeps the Score)』에서,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뇌의 기억 저장 방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진다고 설명합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겪는 사건들은 대부분 이야기의 형태로, 즉 시작과 중간과 끝이 있는 하나의 서사로 기억됩니다.
평상시 해마(hippocampus)는 사건을 시간·장소·맥락과 함께 하나의 이야기로 정리해 저장합니다. 하지만 극도의 위협 상황에서는 해마의 기능이 억제되고, 편도체(amygdala)가 주도권을 가져갑니다. 편도체는 맥락 없이 감각과 정서만을 강렬하게 저장합니다. 이 때문에 트라우마 기억은 시간 순서가 명확한 이야기가 아니라, 특정 냄새나 소리, 신체 감각처럼 파편화된 형태로 남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차이를 모른 채, 많은 사람들은 "왜 나는 그때 일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할까", "왜 자꾸 앞뒤가 안 맞게 떠오를까" 하며 스스로를 탓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기억력의 문제가 아니라, 뇌가 생존을 위해 선택한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입니다.
언어로 정리되지 않은 기억은
언어만으로는 잘 풀리지 않습니다.
몸을 통해 저장된 것은, 몸을 통해 다뤄야 합니다.
전통적인 대화 중심 상담은 사건을 언어로 재구성하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이는 분명 효과적인 접근이지만, 애초에 언어화되지 않은 채 편도체에 저장된 기억에는 온전히 닿기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많은 내담자들이 "머리로는 이해했는데 몸은 여전히 반응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이는 상담이 잘못됐다는 뜻이 아니라, 편도체에 저장된 감각 기억에 접근하는 별도의 경로가 필요하다는 신호입니다.
소매틱 심리치료는 사건을 다시 말로 재구성하는 대신, 그 사건이 남긴 신체 감각(Felt Sense)에 직접 접근합니다. 편도체에 저장된 파편적 반응을 안전한 환경에서 조금씩 다시 경험하고 완결시킴으로써, 신경계가 "이제 안전하다"는 것을 몸으로 재학습하도록 돕습니다.
이 과정은 사건을 다시 상세히 이야기하도록 요구하지 않습니다. 대신 지금 이 순간 몸에서 느껴지는 감각—긴장, 온도, 무게감 같은 것들—을 천천히 따라가면서, 그 감각이 스스로 변화하고 흘러가도록 돕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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